언제부턴가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깡의 세계로 이끌었다. 나 역시 어쩌다보니 비의 ‘깡’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 각종 패러디까지 보게 되었다. 깡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향수나 복고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 껏 자어도취된 가사와 자기애 넘치는 모자, 고릴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춤, 꾸러기 표정까지 요즘 힙하다는 감성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오글거림이 모두 조합된 그의 노래 ‘깡’.
불과 3년 전에 발표한 노래가 역주행처럼 다시 돌아와 조회수를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사람들의 반응은 별로라는 거고 그를 조롱하기 시작한 건데, 그 자체가 중독성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댓글에서 깡을 이야기하며 놀기 시작했고 하루에 몇 깡을 했냐는 말이 유행이 되어버렸다. 각종 패러디물이 넘쳐났다. 그 역시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놀이가 되어 다양하게 전파되는 밈 컬쳐가 된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깡의 인기와 함께 조롱은 점점 심해졌다. 멘탈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조롱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슬슬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에게는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낸 결과물이었을테니까.
그런데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생각보다 쿨하고 의연했다. 과거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별로였다는 것도 인정했고 지금을 충분이 더 즐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화위복은 그의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어 사람들을 호감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 타이밍을 ‘놀면 뭐하니’가 절묘하게 잡아냈다.
이제 깡은 비에게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 더 이상 과거의 월드스타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비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는 그걸 받아들였다.
유재석, 이효리와 함께 90년대 감성의 혼성그룹 ‘싹쓰리’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좋은 건 그 둘 사이에서 막내미를 드러내며 느끼함을 덜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말로 힙한 동생들에 의해 힙한 ‘깡’이 재탄생되었다. Jay park이 새롭게 그려낸 깡. 이 비트가 이렇게 괜찮은 비트였나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깡의 환골탈태다.
화려한 조명이 아닌 음침하고 후미진 골목의 가로등이 날 감쌀 뿐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깡 리믹스는 단숨에 음원차트 1위에 올라섰다.
유튜브가 오래된 스타들의 과거 영상을 재소환하고 그걸 한동안 유행으로 소비하는 문화는 계속 있어왔던 거지만 ‘깡’은 조금 더 영역이 확장된 놀이같다.
놀고 놀리고 이렇게 굴리고 저렇게 굴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깡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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