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5 레볼루셔너리 로드 | 의미를 잃어버린 삶의 공허함 1955년 미국의 한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중산층 가정 휠러 부부. 젊은 날의 꿈을 접고 현실에 타협해 말끔한 주택 단지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살아가는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다. 꽤 괜찮은 회사, 우아하고 단정한 집, 귀여운 아이들까지. 모든 것을 적당히 평균 이상으로 갖춘 듯해 보이는데, 사실 이들의 속내는 그리 평탄하지 못하다. 포장은 잘 갖춰졌지만 알멩이가 없는 삶처럼 남편은 외도를 하고 아내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며 우울감에 젖은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에이프릴은 남편에게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나 살자는 제안을 하고 부부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날 채비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타이밍이 모든 것들 어긋나게 만들어버린다. 프랭크는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되고.. 2020. 7. 26. 카페 소사이어티 | 단꿈같이 우아한 막장 우디 앨런은 그 도시만의 분위기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듯 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를 잇는 ‘카페 소사이어티’의 배경은 1930년대 뉴욕과 헐리우드다. 어리숙해보이는 뉴욕 남자 ‘바비’는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삼촌 ‘필’을 무작정 찾아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바비의 헐리우드 생활은 시작되는데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인맥을 쌓으면서도 가식적이고 허황된 야망에는 빠지지 않는 청년이다. 바비와 비슷하게 소박함을 지닌 ‘보니’는 삼촌 필의 비서로 바비에게 헐리우드를 소개해주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게 된다. 둘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하고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점점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 초반에 담담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대사들이 많이 .. 2020. 7. 17. 다즐링 주식회사 | 엉뚱한 삼형제의 인도 기차 여행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7년 작 ‘다즐링 주식회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삼형제는 인도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간다. 가장 핵심에 되는 배경은 바로 기차인데,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제목은 인도의 실제 열차 이름에서 가져왔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듯 하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삼형제의 엉뚱함 혹은 바보같은 모습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큰 형 '프란시스'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는 기회로 삼자며 계획표를 세우고 동생들에게 따르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비서까지 동행한 형의 모습은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왕따를 시키고, 줬던 선물을 다시 달라고 하는가 하면,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기까지. 마치 세 얼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차는 중간역에서 한 두 시간.. 2020. 7. 6. 두 교황 | 거대하고도 소소한 대화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만났다. 아니, 괜찮은 영화는 많지만 오래도록 곱씹고 싶은 영화는 많지 않은데, '두 교황'이 바로 그런 영화다. 영화 속 대사와 장면, 분위기, 스토리 모든 것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서도 깊다. 깊지만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1 주고받는 대화의 의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엔 두 교황이 등장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와 열린 생각을 가진 프란치스코. 정 반대의 성격과 성향을 가진 듯한 두 사람이 교회와 사회,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화 전반을 이끌어가는데, 모든 대사들이 기억해두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시대를 향해있다. 혼란스러운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교회가 더 이상.. 2020. 4. 16. 결혼 이야기 | 헤어짐의 과정을 그린 영화 결혼 이야기는 결혼이 아닌 이혼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왜 '이혼 이야기'가 아닌 '결혼 이야기'라고 했을까. 그 이유를 이해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이혼의 과정을 담았다고만 하기에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다. 잔잔한 듯 하지만 잔인할 만큼 격렬하고 답답하지만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혼 이야기. #1 헤어짐에 관하여 헤어짐의 시작점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비교적 쿨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두 사람. 함께 일하고 살아온 시간이 긴 만큼 그들은 좋은 친구이자 동료인 것 처럼 보인다. 서로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서로 노력하고 배려하는 사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혼할 만큼의 결격사유도 없어 보인다. 그들은 왜 .. 2019. 12.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