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 미국의 한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중산층 가정 휠러 부부. 젊은 날의 꿈을 접고 현실에 타협해 말끔한 주택 단지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살아가는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다. 꽤 괜찮은 회사, 우아하고 단정한 집, 귀여운 아이들까지. 모든 것을 적당히 평균 이상으로 갖춘 듯해 보이는데, 사실 이들의 속내는 그리 평탄하지 못하다.
포장은 잘 갖춰졌지만 알멩이가 없는 삶처럼 남편은 외도를 하고 아내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며 우울감에 젖은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에이프릴은 남편에게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나 살자는 제안을 하고 부부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날 채비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타이밍이 모든 것들 어긋나게 만들어버린다. 프랭크는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되고 에이프릴은 셋째를 임신하게 된다.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의 남편을 바라보며 에이프릴은 절망한다. 부부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원망한다.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하려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외면한 채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도대체 그들에겐 무엇이 문제였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이웃들로 나오는 인물들과의 관계나 대사도 관전 포인트였는데 그들은 모두 휠러 부부를 부러워하고 있는 듯 했으나, 실은 매우 질투 어린 불편한 시선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초반에 에이프릴이 더 이랑 위선 떨며 살기 싫다고 말했던 대사다 이 동네 전체를 비추고 있는 듯 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건 무엇일까. 원동력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모든 게 갖춰진 듯 한 삶에사 결정적으로 빠져있던 건 무엇이었을까. 멀어져버린 꿈을 두고 사는 현실이란 어떤걸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에이프릴이 했던 대사들.
“의미있게 사는 게 미친거라면 난 얼마든지 미칠래”
“속하고 싶었어 사는 것 처럼 살고 싶었어”
“난 바보야 실현되지 않은 일에 모든 희망을 걸다니”
“떠날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어. 무의미한 인생이지.”
(스포주의)
프랭크라 가장 좋았다고 말했던 그 우아한 아침 식사는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의미를 잃어버린 공허한 삶이란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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