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7년 작 ‘다즐링 주식회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삼형제는 인도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간다. 가장 핵심에 되는 배경은 바로 기차인데,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제목은 인도의 실제 열차 이름에서 가져왔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듯 하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삼형제의 엉뚱함 혹은 바보같은 모습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큰 형 '프란시스'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는 기회로 삼자며 계획표를 세우고 동생들에게 따르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비서까지 동행한 형의 모습은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왕따를 시키고, 줬던 선물을 다시 달라고 하는가 하면,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기까지. 마치 세 얼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차는 중간역에서 한 두 시간 정차하기도 하는데
잠시 들린 곳에서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사원에서 기도를 하가도 하고 사막의 낙타가 등장하기도 한다.
별 대수롭지도 않아보이는 소원 비는 의식을 치르다 떠나는 기차를 겨우 잡아타고 소동을 피우다 쫓겨난 기차에 돌을 던지는 장면들. 황당하지만 정감있는 이야기 안에 소소한 유머코드가 숨겨져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치 인도에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도에 대한 로망을 채워준달까. 시골버스를 타는 장면에서는 문득 원모어찬스의 '럭셔리 버스'가 생각나기도 했다.
황당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세 형제는 여행의 과정에서 각자의 진짜 모습을 순수하게 드러냈다. 보통 아주 친한 사이라 해도 함께 여행을 하면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거나 관계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 처럼.
이 영화는 재미도 재미지만 영상미가 너무 예뻐서 더 볼만했다. 웨스 앤더슨의 미학이 절정을 이룬 영화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면, ‘다즐링 주식회사’는 좀 더 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특유의 대칭구도나, 사람의 표정을 줌인하는 방식, 컬러의 조합이 인도의 강렬한 색채, 다채로운 문화와 만나 아름답게 그려졌다. 기차 안에서의 모습은 어딘가 레트로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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