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13 거꾸로 가는 남자 |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하여 상황 설정은 간단하다. 여자를 우습게 보던 ‘다미앵’은 어느 날 전봇대에 부딪혀 여자가 권력을 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남녀가 뒤바뀐 세상에서 산다면 어떨까. 발단은 다소 일차원적이지만 그걸 풀어내는 과정은 디테일하고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 상황 전복이 오히려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 남자라서 당연하게 누리던 권리, 느끼지도 못했던 차별의 억울함같은 것들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남자가 차별받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외모를 가꾸고 사랑에 목을 맨다.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거리에서 추파를 던지는 여성들을 마주해야만 한다. 남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회사에서 잘리기도 하고 주체가 되기 보다는 서포트하는 직종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차별에.. 2020. 8. 19. 노트북 | 찰나의 영원같은 사랑 어린 시절의 순수한 첫사랑, 부모의 반대, 현실 앞에서의 갈등. 지겨울 만큼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지만 영화 ‘노트북’이 풀어내는 방식은 유달리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서 더 그런걸까.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앨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대관람차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노아. 둘은 무모하리 만큼 순수하게 그리고 불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앞뒤 가리지 않고 온전히 서로만 바라보는 사랑이었다. 여름철 풋사랑은 온갖 이유로 끝난다 하지만 결국 모든 풋사랑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들은 별똥별이다 하늘을 눈부시게 밝히는 한순간의 빛이다 찰나의 영원이며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진다 노아는 앨리에게 365편의 편지를 썼지만 전달되지 못한다. 그렇게 풋사랑.. 2020. 8. 12. 레볼루셔너리 로드 | 의미를 잃어버린 삶의 공허함 1955년 미국의 한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중산층 가정 휠러 부부. 젊은 날의 꿈을 접고 현실에 타협해 말끔한 주택 단지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살아가는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부부다. 꽤 괜찮은 회사, 우아하고 단정한 집, 귀여운 아이들까지. 모든 것을 적당히 평균 이상으로 갖춘 듯해 보이는데, 사실 이들의 속내는 그리 평탄하지 못하다. 포장은 잘 갖춰졌지만 알멩이가 없는 삶처럼 남편은 외도를 하고 아내는 삶의 의미를 잃어가며 우울감에 젖은 나날들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에이프릴은 남편에게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나 살자는 제안을 하고 부부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날 채비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타이밍이 모든 것들 어긋나게 만들어버린다. 프랭크는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되고.. 2020. 7. 26. 카페 소사이어티 | 단꿈같이 우아한 막장 우디 앨런은 그 도시만의 분위기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듯 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를 잇는 ‘카페 소사이어티’의 배경은 1930년대 뉴욕과 헐리우드다. 어리숙해보이는 뉴욕 남자 ‘바비’는 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삼촌 ‘필’을 무작정 찾아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바비의 헐리우드 생활은 시작되는데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인맥을 쌓으면서도 가식적이고 허황된 야망에는 빠지지 않는 청년이다. 바비와 비슷하게 소박함을 지닌 ‘보니’는 삼촌 필의 비서로 바비에게 헐리우드를 소개해주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게 된다. 둘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하고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점점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 초반에 담담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대사들이 많이 .. 2020. 7. 17. 빅 나이트 | 이탈리안 형제의 아메리칸 드림 96년도에 개봉한 영화 ‘빅 나이트’는 9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두 이탈리안 형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제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탈리안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데, 가게는 파리만 날릴 뿐이고 그나마 몇 안되는 손님들은 생소한 음식과 미국 문화에 맞지 않은 방식에 불만을 쏟아낸다. 빠르게 변화하며 실용주의를 추구하던 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느리고 고전적인 유럽의 식문화는 답답하고 낯설 뿐이다. 시대의 변화와 식문화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형 프리모는 뛰어난 셰프이지만 보수적이고 고집스럽다. 손님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을 바꾸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 형의 모습을 답답하게 바라보는 동생 세콘도는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런저렁 궁리를 하게 된다. 어느 성공한 이탈리안 식당 사.. 2020. 7. 6. 다즐링 주식회사 | 엉뚱한 삼형제의 인도 기차 여행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07년 작 ‘다즐링 주식회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삼형제는 인도에 있는 어머니를 찾아간다. 가장 핵심에 되는 배경은 바로 기차인데,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제목은 인도의 실제 열차 이름에서 가져왔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듯 하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삼형제의 엉뚱함 혹은 바보같은 모습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큰 형 '프란시스'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는 기회로 삼자며 계획표를 세우고 동생들에게 따르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비서까지 동행한 형의 모습은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인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왕따를 시키고, 줬던 선물을 다시 달라고 하는가 하면,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기까지. 마치 세 얼간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차는 중간역에서 한 두 시간.. 2020. 7. 6. 툴리(Tully) |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의 이야기 (스포주의) 독박 육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툴리(Tully)'.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육아의 고통과 엄마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의 포장도 없이 전쟁 같은 일상을 보여준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세 아이의 엄마 마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육아의 세계에서 허덕이고 괴로워하며 산후우울증을 겪게 되는데, 실제로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다. 절대로. 남들과 조금 다른 아들은 아침 등굣길마다 차에 앉아 운전석을 발로 뻥뻥 차며 엄마를 열 받게 한다. 다른 주차장에 차를 대라며 소리를 지른다. 유치원에서는 더 이상 아들을 받아줄 수 없다며 다른 기관으로의 입학을 권유한다. 계획에 없었.. 2020. 7. 4. 아메리칸 사이코 | 엘리트 살인자의 이중성 유쾌한 사기극 장르를 기대하고 봤는데 알고보니 괴상한 연쇄 살인마를 다룬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조커’가 소외되고 가난한 자의 시점이라면 이 영화는 정반대 즉, 엘리트 시점이다. 그래서 더 사이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게된 건 평소 즐겨보는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소개했기 때문이었는데, 1980년대 미국 신흥 부자들인 여파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그 배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때문이었다. 그 시대 엘리트 여피족들의 허세스러운 태도와 취향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는데, 유명한 레스토랑의 이름을 대며 평가한다던지, 다 비슷해보이는 명함의 디자인을 가지고 서로 자랑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에서 그들이 겉모습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27세의 나이에 회사 부사장이 된 패트릭.. 2020. 6. 30. 로얄 테넌바움 | 결핍과 애증으로 버무려진 가족 이야기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2001년 작 ‘로얄 테넌바움’은 가족 영화다. 천재 소리를 듣던 세 남매와 그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도 웨스 앤더슨의 시선으로 풀어내면 독특하도 엉뚱한 미학이 느껴진다. 채스(벤 스틸러), 마고(기네스 펠트로), 리치(루크 윌슨)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각각 부동산 전문가, 극작가, 테니스 선수가 되어 화려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의 별거로 인해 가족이 해체된 후엔 슬럼프를 겪으며 어딘가 좀 결핍된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의 아버지가 이 영화의 제목인 로얄 테넌바움(진 핵크만)이다. 자식들을 잘 챙기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던 아버지는 가족의 해체에 결정적인 인물이었고 20여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가족들 곁에 찾아와 뒤늦게 시간을 되돌리려.. 2020. 6. 25. 정직한 후보 | 라미란표 연기의 힘 매일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치인들을 묘사하며 반어법으로 표현한 ‘정직한 후보’.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실제 뉴스에서 봤던 웃지못할 헤프닝들을 떠오르게 했다. 모르는 척, 아픈 척은 기본이고 화려한 거짓말들로 모든 순간들을 모면하는 모습. 그걸 코믹적으로 풀어내는데 라미란이라는 배우는 딱 맞아 떨어졌고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어찌보면 소재와 스토리는 단순하다. 정직한 후보임을 내세워 자신을 홍보하던 정치인이 어느 날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 자신을 포장하고 회피해야하는 상황들에서 조차 속에 있는 말이 툭 튀어나오는 곤란함의 연속. 전개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가진 개과천선의 해피엔딩. 후반부엔 약간은 그러려니 약간은 아쉬워하며 영화를 봤다. 그럼에도 .. 2020. 6. 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