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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나이트 | 이탈리안 형제의 아메리칸 드림

by ContentsCollector 2020. 7. 6.

96년도에 개봉한 영화 ‘빅 나이트’는 9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두 이탈리안 형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형제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탈리안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데, 가게는 파리만 날릴 뿐이고 그나마 몇 안되는 손님들은 생소한 음식과 미국 문화에 맞지 않은 방식에 불만을 쏟아낸다.

빠르게 변화하며 실용주의를 추구하던 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느리고 고전적인 유럽의 식문화는 답답하고 낯설 뿐이다. 시대의 변화와 식문화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형 프리모는 뛰어난 셰프이지만 보수적이고 고집스럽다. 손님의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을 바꾸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 형의 모습을 답답하게 바라보는 동생 세콘도는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런저렁 궁리를 하게 된다.

어느 성공한 이탈리안 식당 사장의 제안으로 가게에서 파티를 열기로 한 것. 그는 유명한 재즈가수를 데려와 기사를 내고 소문이 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믿은 세콘도는 형을 설득해 최고의 디너파티를 계획한다. 값비싼 재료들을 공수해 최고의 이탈리안 정통요리를 공들여 준비하며 열정을 불태운다.

드디어 디데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초대하고 기자까지 초청해 재즈가수 '프리마'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지만, 그녀는 오지 않고 식사는 시작된다. 정통 이탈리안식 전체요리가 순서대로 나오고 맛을 본 손님들은 모두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흥이 오르고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마지막 요리가 나올때까지도 프리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두 형제는 모든 것이 파스칼의 거짓 약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황당하게도 파스칼은 그것이 두 형제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담담하고 별것없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어떤 결론이나 그 다음을 보여주지 않은채 거사 ‘빅나이트'를 치룬 형제의 다음날을 보여준다. 식당 부엌에서 오믈렛을 만들어 말없이 아침을 나눠먹는 형제의 모습.

많은 이들이 90년대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꿈이 었을 테고 누군가에겐 도무지 이래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였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미국인들의 성향, 말투와 대조적으로 보여지는 지극히 이탈리아 사람다운 두 형제의 모습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어떤 부분은 유럽 영화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가도 하고 또 다른 부분은 정말 미국스러웠다. 두 가지 느낌이 모두 공존하는 영화.

이제는 벌써 향수가 되어버린 90년대의 다양한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 것 같은 그 날 밤 이후엔 어떤 날들이 두 형제에게 펼쳐졌을까.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영화는 그저 '빅 나이트'에 집중해 보여주고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듯 했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그날이 계기가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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