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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테넌바움 | 결핍과 애증으로 버무려진 가족 이야기

by ContentsCollector 2020. 6. 25.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의 2001년 작 ‘로얄 테넌바움’은 가족 영화다. 천재 소리를 듣던 세 남매와 그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도 웨스 앤더슨의 시선으로 풀어내면 독특하도 엉뚱한 미학이 느껴진다.

채스(벤 스틸러), 마고(기네스 펠트로), 리치(루크 윌슨)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각각 부동산 전문가, 극작가, 테니스 선수가 되어 화려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의 별거로 인해 가족이 해체된 후엔 슬럼프를 겪으며 어딘가 좀 결핍된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의 아버지가 이 영화의 제목인 로얄 테넌바움(진 핵크만)이다. 자식들을 잘 챙기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던 아버지는 가족의 해체에 결정적인 인물이었고 20여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가족들 곁에 찾아와 뒤늦게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지만.

이미 늦어버린 시간들을 애써 잡으며 세 남매의 그늘지고 어두운 모습들을 발견하는데, 서로 다르게 어딘가 아픈 모습을 지니고 있다.

첫째 채스는 아내가 사고로 죽은 후 안전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가고, 입양된 딸 마고는 항상 시큰둥한 모습으로 늘 담배만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다. 마고를 사랑한 리치 역시 마지막 경기를 최악으로 마친 후 그 누구보다 잉여롭게 살아간다.

누구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가족이지만 아닌 것 처럼 각자의 영혼 안에 그저 머무는 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아버지의 자리는 없다. 게다가 아내 에슬린에겐 새로운 남자가 생기기까지.

호텔에서 지내던 로얄 테넌바움은 돈이 다 떨어지자 죽을 병에 걸렸다는 쇼를 하면서 까지 가족들 곁에 머물려하고 결국 들통나고 쫓겨나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된다. 그는 무엇때문에 가족들을 찾아갔을까. 아마 처음부터 자식들에게 애틋한 마음으로 찾아간 건 아닐지도 모른다.


이 대사가 말해준다. 내겐 인상적이었던 대사인데 어딘가 모르게 공감이 많이 갔다. 자신의 진심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제 때에 잘 보는 것이 보통은 어렵지 않나. 그래서 이럴 때가 많지 않은가 싶은 거다.

웨스 앤더슨이 그려내는 인물들은 감정의 표현 방식이 은유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솔직하다.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 티가 나는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어린 아이같은 면이 느껴진다.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조금은 더 따뜻해진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돌아온 아버지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지는 않은 채 아버지로서의 시간과 마음을 허락한다. 그래서 억지스럽지 않은 가족 영화처럼 느껴진다. 과도한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점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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