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tv보다 유튜브가 더 익숙해졌고 tv 프로그램도 짤로 보는 게 더 편해졌다. 자연스레 10분 미만의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많은 예능들은 한 프로그램 안에서 옴니버스 형태로 여러 에피소드를 나누거나, 중간 중간 광고를 끼워 넣게 되면서 예전보다 호흡이 훨씬 짧아졌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홍보 및 수익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예고편이나 재미있는 장면들을 잘라 올리거나 풀버전을 모두 공개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시작한 나영석 피디의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10인 6코너의 옴니버스 숏폼 콘텐츠다. 요리, 노동, 과학, 미술, 스포츠, 여행으로 그 분야도 진행 형식도 출연진도 모두 제각각인 프로그램이다.
홍진경이 진행하는 ‘내 친구네 레시피’는 특별한 레시피를 가진 스타들의 집에 찾아가 먹고 대화하고 요리를 배우는 코너다. 이승기는 매회 다른 공장에 찾아가 하루 동안 직원이 되어 일하는 ‘체험 삶의 공장’을 선보이고 있다. 장도연, 은지원, 송민호는 ‘신기한 미술나라’와 ‘신기한 과학나라’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미술과 과학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의 수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집중력도 높이고 훨씬 더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은 이서진이 과거 유학시절 갔었던 거리, 가게 등을 추억하고 숙소에서 배달도 시켜보고 집밥도 해 먹어 본다. 목적이 없는 여정이다. 여행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어슬렁대며 시간을 보내는 느낌인데, 투덜대는 이서진과 나영석의 티키타카가 자연스러워서 계속 보게 된다.
한 코너당 10분에서 20분 정도 방영되고 한 코너가 끝나갈 때쯤 다음 코너가 팝업으로 뜬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유튜브의 '다음 동영상'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재미있고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지점인 것 같다. 새로운 숏폼의 시도들.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움만을 추구했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오래된, 익숙한 것들의 향기가 많이 난다. '체험 삶의 공장'을 보고 있으면 어릴적 보았던 '체험 삶의 현장'이 생각난다. 각양각색 코너들의 모음집은 나영석표 생생정보통 같기도 하다. 적당히 익숙하면서도 편안함을 해치지 않을 만큼의 새로움이 더해진 생생정보통의 예능 버전.
처음엔 여태껏 나영석 PD가 했던 '꽃보다'와 '삼시세끼'시리즈 같은 히트작들에 비해 가장 임팩트가 약하고 아쉬운 예능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소파에 누워서 아무런 부담 없이 보기에 가장 공깃밥 같은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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