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댁인 시골에 내려가 맛있는 것도 먹고 뒹굴뒹굴 놀기도 했었던 추억이 어린 날의 방학이라면 tvn의 ‘여름방학’은 어른들의 방학이다. 할머니만 없을 뿐, 오래된 집에 넓은 마당, 강아지, 각종 채소를 심은 텃밭까지 없는 게 없는 방학 생활이다.
어쩐지 삼시세끼를 떠올리게 하는 자연적인 느낌이라 찾아보니 역시나 나영석pd의 프로그램이다. 삼시세끼가 하루 종일 밥 해먹는 것에 집중했다면, 여름방학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홈캉스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에 대한 탐색이다.
하루 한 번 그림일기를 쓸 것. 하루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할 것, 하루 한 끼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것. 이 외에는 모두 자유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도 되고 우쿠렐레를 치며 놀아도 된다.
출연진은 배우 정유미와 최우식. 정유미는 윤식당에서 보여주었던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 그대로 프로그램에 잘 어울렸다. 새로 출연한 최우식은 자연스러움을 넘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치트키다. 배우로서의 포장 따위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듯한 모습의 편안한 말투와 표정들이 매력적이다. 어찌보면 초등학생 같을 정도. 좋은 의미로 어린 아이같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2화의 첫 번째 게스트는 배우 박서준. 윤식당 알바생으로 정유미와도 친분이 있고 최우식과 절친이라 셋 의 조합이 무해하고 좋았다. 셋은 서로 나이는 다르지만 상하관계가 느껴지지 않는 친구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그 점이 보기에 편안했다. 누가 누구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고 공격하지도 않는 무해한 힐링 예능이다.
텃밭에 나가 차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었다. 정유미가 말한 것 처럼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같이 모여 그림일기를 쓰는 시간도 정겹다. 특별한 작문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잠시나마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 어릴 땐 하기 싫었던 숙제같은 그림일기를 이제는 다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쉼을 보낼 시간도, 사람들 많은 곳으로 떠날 자유도 없는 지금의 시점에 방학같은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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