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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 눈부신 성장 일기같은 넷플릭스 드라마 (Anne with an E)

by ContentsCollector 2020. 6. 1.


못말리는 수다쟁이, 말썽쟁이 빨간 머리 앤.

어차피 다 아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더 친숙했고 그래서 더 안보게 되었던 것 같은데, 내가 어릴적 tv에서 봤던 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드라마였다. 역시 넷플릭스다.

2d에서 3d가 된 것 이상으로 앤은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진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만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모든 대사들이 기억하고 싶을 정도였고 다루는 에피소드들이 어린 소녀와 청춘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삶과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집안일을 도울 남자아이를 찾던 마릴리와 매슈 남매의 초록 지붕집으로 잘못 오게 된 끝에 ‘e’가 붙는 앤(Anne).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의 조급함에서 오는 지나치게 과장된 태도와 다소 엉뚱한 거짓말들은 안쓰러우면서도 동시에 혀를 내두르게 하는 면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없이 자기 세계가 확고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앤. 그저 조금 남들과 다르게 빨간 머리와 주근깨를 가졌을 뿐이다.



초록 지붕집에 살고 싶었던 앤이 다시 고아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을 때의 대사.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런 마음 먹기 참 어려운 거다. 앤니라는 아이가 어떤 인물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대사인 것 같았다.




어디서든 무엇이든 상상을 즐기는 앤.

눈부실 정도의 영감과 은유를 뱉어내는 게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때와 장소에 어긋나게 감정의 도구로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앤은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밀도있게 보여준다.


앤 : 뭔가를 실제와 다르게 상상해보신 적 없으세요?
마릴라 : 없어
앤 : 정말 많은 걸 놓치고 계시네요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우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던 베스트 프렌드와의 맹세같은 것은 유치해보일지 모르지만 빛나는 우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우정은 더 깊어지기도 또 다른 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온 세상이 너를 싫어하고 너를 사악하게 여긴다 해도 네 양심에 거리낄 게 없고 죄가 없다면 네 곁에는 반드시 친구가 있을 거야”

그런 친구, 앤에겐 다이애나가 있었다.


 

앤은 독서광이다.

책을 읽다가 고아원에서 혼나기도 하고 따돌림받기도 하고 조롱과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자라나며 책으로 얻은 지혜는 힘을 발휘한다.

이야기클럽을 만들어 친구들과 아지트에 모여 소설을 쓰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에 꿈꾸던 로망이 모두 다 들어있다.

소박하지만 진짜로 빛나는 로망.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도 갈 수 있는 책!




후반부 에피소드로 갈 수록 이야기는 깊고 진해진다.

앤은 온갖 편견과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을 이웃을 용감하게 돕는다거나 진실을 밝혀내기도 한다.




가끔은 열정이 지나쳐 타인에게 너무 다가가기도 하지만, 그게 앤의 매력이고 앤은 또 여러가지를 깨닫는다.

매슈 아저씨는 그런 앤을 언제나 묵묵히 나무처럼 지켜봐준다.




1900년대 애번리 마을은 조용한 시골이었고 그만큼 보수적이고 그 시대가 가진 편견이 매우 단단하게 박혀있었다. 보다가 열받기도 했지만 저 시대는 정말 저랬던 것이었다.

빨간 머리 앤의 진가는 이런 편견에 대해서 다룰 때 빛을 발한다. 우리가 사는 요즘 시대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을 과거로 가져가 잘 녹여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거.




결혼의 의미, 비혼과 동성애, 인종 차별과 성차별 등. 갖가지 사회가 작은 마을 안에 다 들어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아주 잘 다룬다고나 할까.




배경도 시대도 다르지만 빨간 머리 앤에서 이야기하는 대사들은 각각의 인생에 다르게 적용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앤은 그걸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깨닫고 소통하며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도 탁월하고 유려한 드라마다.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일 뿐 아니라, 진짜를 살아가는 의미의 성장이다.



 
이 모든 대사들의 의미를 더 곱씹을 수 있게 책으로 나온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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